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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를 상하게 하는 일은 그만하기로 했다 : 바닷가마을에서 깨달은 지금을 온전하게 사는 법

전지영 저 

 

리뷰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힐링이 되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참 좋았던 책이다. 

이 책을 읽을 당시 나의 마음 상태가 좋지 않았었다. 인간 관계나 경제적인 고민 등으로 힘든 시기였기에 더욱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마주했던 문제와 고민들이 온전히 담겨있다. 

일단 저자는 이혼했다. 여자 나이 40가까이에 이혼하고 건강도 피폐해졌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본인만의 길을 찾아냈는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렇게 찾아낸 요가 강사의 모습이 엄청나게 화려하고 성공한 삶은 아니지만 소박하고 마음의 평안이 있는 삶이다.

 

그녀가 이뤄낸 삶은 멋지고 잘나가는 요가 강사가 아니다. 어려운 자세를 쉽게 해내는 학생에게 열등감도 느끼는 매우 인간적인 강사다. 그렇다. 이 책에는 조금도 허세나 허영이 없었다. 대신에 담담하면서도 굳건한 심지가 느껴졌었다. 인생에 대한 고단함과 피곤함도 있는 그대로 담겼고 그 안에서 어떻게 저자가 자신만의 인생의 길을 찾아냈는지가 담겨있어 전혀 상황이 다르지만 나에게 위로가 되어준 거 같다. 

 

이 세상에는 성공하고 잘난 사람이 많고, 그들의 화려하게 성공한 모습이 방송과 책 그리고 SNS에 가득하다...

한편 내 삶은 여전히 힘들고 극복해야 될 문제들이 많다. 사실 누구라도 그러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삶의 방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밑줄 및 메모

그날도 수련하기가 싫었다. 이제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라서 그냥 그러려니 한다. 혼자 하는 수련은 늘어지기 십상이다. 5분, 10분… 자꾸 휴식 시간이 길어진다. 어떤 날은 요가 매트를 깔다가 갑자기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기분이 되어 그대로 수련을 건너뛴다. 유리 같은 내 의지력은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무너진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미세먼지가 심해서, 신체 컨디션이 떨어지면 몸이 좋지 않아서,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기면 마음이 심란해서 수련하기가 싫다.
세월을 붙잡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가능하고 합리적인 노력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낫다.
한 번 손상된 몸은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기간은 늘어난다. 1년, 5년, 때로는 평생이 걸린다. 수강생 대부분은 그들의 몸이 회복되는 속도보다 손상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린다. 몸을 혹사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회복하고 단련하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늘리지 않으면 우리의 몸은 해마다 나빠지는 일밖에 남지 않는다. 
나는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고와 땀을 폄하하고 싶지 않다. 스스로 밤새워 일했던 시간을 후회하지도 않는다. 그 시절에는 내 가능성과 한계를 알고 싶었다. 지금도 최선을 다하면서 살고 싶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상하지 않는 일이 어디 있냐는, 모두 하기 싫어도 억지로 참고 일하는 거라는, 당신이라고 특별하지 않다는 타인의 말에는 더 이상 귀 기울이지 않는다. 

내가 아플 때 누구도 대신 아파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가를 하기 전까지 나는 자신의 몸에 대해 무심했다. 늘 건강을 염려했지만 정작 내 몸을 돌보기보다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 여겼다. 요가를 가르치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몸은 나에게 정말 중요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자신으로부터 한 발 물러서야 한다 

가장 어려운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몸 상태를 자각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예전과 다른 자신의 몸 상태를 받아들이는 일에 아주 미숙하다. 특히 운동 초보자일수록 자신의 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예전에는 운동을 정말 잘했는데”라는 말로 기능이 저하된 신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그 시절의 몸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여긴다. 

결함이 있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는 좌절감을 피하기 위해 더욱 견고한 정신 승리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우리 스스로를 바꿔 나갈 수 없도록 만든다. 
나도 이혼 소송이 진행되는 3년 동안 저런 눈빛을 하고 있었겠지 생각했다. 그때 나는 그저 버티고 있었다. 이혼을 한 것도 하지 않은 것도 아닌 중간 어디쯤에 꽉 끼어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모든 상황을 대수롭지 않다고, 별거 아니라고 여기면서 등산과 트레킹을 다녔고, 바리스타 과정을 이수했고, 재봉 교실에서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만들었고,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었고, 두 권의 책을 출간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뭔가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무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루쉰의 소설 《아Q정전》에 정신 승리법이란 말이 나온다.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하는 아Q는 누군가에게 매를 맞아도 뒤돌아 생각한다. 아들뻘 되는 사람에게 맞은 셈이니까 기분 나쁠 거 없다고. 아Q는 분하다고 느끼는 대신 정신 승리를 하면서 스스로 ‘이겼다’라고 여긴다. 

소설 속 아Q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비루한 마음이 있다. 현실의 나는 머릿속에 있는 이상적인 나와 사뭇 다르다. 현실의 나를 차마 냉정하게 바라볼 수 없을 때 우리는 아Q가 된다. 

돈은 중요하다. 돈에 대한 사리분별이 어두운 나는 항상 돈에 대해 생각하려고 한다. 매달 대출금과 임대료를 내려면 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과금과 생활비 그리고 우리 고양이들의 병원비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애초에 A읍으로 향한 것은 부유한 사업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작은 바닷가마을에 요가원을 열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바닷가마을의 요가원은 나에게 독립적으로 요가를 가르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었고 더 이상 거북한 일을 겪지 않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이곳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그것이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중요했다.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지금 해야 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 이상은 언제나 내 몫이 아니었다. 나중이야 어찌 됐든 당장은 꾸준하게 수업을 찾는 수강생들이 있었다.

서울을 떠나 인천의 신도시로 이주했을 때 내가 가진 것이라곤 텅 빈 통장과 고양이 두 마리 그리고 요가 지도자 자격증 한 장이 전부였다. 

모든 것이 크고 넓고 신형인 도시에서 나를 지배했던 감정은 외로움이 아니라 여름 저녁을 뒤덮는 새하얀 해무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수업을 다닐 때면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얼굴을 가르는 바람이 매서웠다. 
성공이란 사람 수에 비해 턱없이 적은 의자에 앉기 위한 게임 같은 것이다. 노력과는 상관없이 결국 누군가는 의자에 앉지 못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내 인생의 수많은 시도와 도전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일, 경력, 관계, 평생 책임져야 할 것들에 대한 충동적인 결정이 깊은 후회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몇 가지는 자부심이 되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제대로 기능하면서 아름다운 몸을 만들기 위해 겪었던 경험은 40대에 할 수 있었던 가장 가치 있는 일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