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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강남 1970

Humble Man 2020. 2. 16. 12:28

- 벌써 5년전 영화네. 개봉 당시 잔인한 장면이 많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기억이 난다. 

- 잔인한 장면이 많다는 얘기는 공감이 간다. 범죄도시랑 조금 비슷한 느낌. 

- 그런데 1970년대의 재현이 나에겐 인상적이었다.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시대지만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는 그 당시의 풍경이 충격과 전율마저도 주었다. 

- 특히 현재 이름만 대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강남, 대치동, 양재, 압구정동이 1970년대만 해도 논밭이었다는 점. 지금은 대한민국의 로얄 귀족과 서민을 구분짓는 상징과도 같은 곳이 되지 않았는가. 이제는 서민은 쳐다도 보지 못하는 금싸래기 땅이 되었다. 

- 그 당시 강남 땅 값이 오를 거라는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작전을 펼친다. 그런데...! 그 사람들도 이 정도로까지 강남이 어마어마해지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을 거다. 그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엄청난 경제 성장이 있었고,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었고,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전세계의 스타가 되고, 모두가 강남을 선망하게 되었다. 

- 돈과 재태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돈의 흐름은 정치가 생각보다 크게 영향을 주는 것 같다. 크게 돈을 벌고 싶다면 정치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나라의 큰 방향 그리고 그 안에 개인의 탐욕이 엮어서 큰 돈들이 흘러가는 거 같다. 

-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몇 십년뒤에 엄청난 가치를 띄게 될, 하지만 지금은 저렴한 자산이 어딘가에 분명 있을 거 같단 느낌이 든다. 

- 예전에는 가치가 낮았는데, 10년 뒤, 20년 뒤 엄청난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는 가치 대반전의 역사를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살면서 놓친 대박의 기회들 말이다. 

- 과거에 이것만 알았어도 지금 엄청난 부자가 될만한 정보들은 가득하다. 가장 쉽게는 로또 당첨번호 내역을 출력해서 과거로 갈 수 있다면 매주 돈을 엄청 벌지 않겠는가? 로또, 경마장, 주식, 부동산 전부 다 미래의 정보만 있으면 떼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치 대반전의 역사를 회고해보는 건 "그때 이랬으면 참 좋았을텐데"라는 과거 지향적인 후회로 귀결하기 쉽다. 그런 무의미한 공상의 나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럼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어떻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단순 예측은 불가능하다. 이번 주 로또 당첨 번호를 미리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가치 대반전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박을 건지게 하는 근본 태도나 원칙을 찾을 수는 있을 거 같다. 많은 역사적인 대박의 현장에서 이러한 태도를 견지했다면 적어도 중간 이상의 수익은 거뒀을 그 한 가지 태도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흐름은 읽을 수 있다. 세상은 많은 일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돌아가기 때문에 쉽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영향을 크게 미치는 factor들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원인과 결과를 최대한 분석해보고, 비슷한 패턴이 발생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명확한 trigger를 아는 건 참 중요하다. 

- A란 사건이 발생하면 B라는 사건도 반드시 발생하는 필연의 관계가 분명 있다. 이를 A -> B라고 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A가 B의 trigger가 된다. 반면 B는 A의 consequence가 된다. 역사를 볼 때는 이러한 사건 간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자산의 가치 변동이라는 관점에서 말이다. 자연 과학자들은 자연 속에서 이러한 인관관계를 끊임없이 찾아내었다. 특정 두 물질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와 같은 화학 공식 같은 것들 말이다. 자연과학과 달리 사람의 마음, 심리, 정치, 경제, 문화가 복잡하게 엮어 돌아가는 세상사에서 인과 관계를 파악하고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때론 너무 명확한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예를 들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과 마스크 수요와의 관계가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겨울 마스크를 구해서 불안한 마음에 출근하는 게 다였다면, 자산의 변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이 사건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결과를 예측해 본다. 그래서 마스크 관련 주를 구매했다면 꽤 큰 수익을 벌었을 것이다. 마스크 관련 주는 실제 초기에 급격하게 폭등했다가 며칠이 지나면서 최고가의 절반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즉, 조기 포착이라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trigger와 consequence에 대해 늘 관심을 가지고 촉을 세워둬야지 조기 포착하여 수익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니까 최대한 trigger와 consequence의 관계에 있는 세상사를 많이 알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져라! 100% 맞추는 만능 공식이나 예측 공식을 찾으려 하지 말고, 커다란 관계 중 너무 당연한 것들만 캐치할 수 있어도 충분한 것이다. 

- 영화를 통해 많은 생각을 했다. 이러한 인사이트를 줬다는 점에서 나는 이 영화를 좋게 보았다. 다만 중간 중간 조금 억지스러운 전개가 있었고 폭력장면이 많긴 했다. 그래도 역사 재현 영화는 참 재밌는 거 같다. 정치, 경제, 일상이 잘 보여서 참 보는 재미가 있었다. 

- ps. 여자들과 춤추면서 꼬시는 제비들의 모습이 나오는데, 정말로 여자들은 저런 존재인걸까...;; 남자에게 넘어가서 집 문서를 넘겨줬다는게 정말 사실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