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인플레이션 :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책
인플레이션 :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우르반 바허, 마르코 헤르만, 하노 벡 저 / 강영옥 역
리뷰
나는 경제알못이다.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고, 주식투자도 조금 해봤지만, 경제에 대한 지식은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의 80% 이상을 돈을 버는 것과 고민하는 것에 사용하는 거 같다. 그렇다면 돈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이해와 지식이 필요한게 아닐까.
이 책은 경제알못인 나에게 조금의 힌트를 주었다. 인플레이션, 화폐 유통량, 물가와 같은 몇 개 생각할 키워드를 나에게 남겨주었다.
밑줄 및 메모
이 책은 열심히 돈을 벌고 모으면 된다는 순진무구한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경제학 이론을 수박겉핥기 식으로나마 간간이 접하거나 그저 상식으로만 받아들였던 사람들, 주변에서 누가 어떻게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하면 그저 남의 일이라 생각하거나 심지어 은근히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곤 하던 사람들에게도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중심을 들여다보게 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대책 없이 ‘아끼면 잘 산다’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내 돈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가치를 상실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장은 인플레이션율이 낮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세계의 부호를 빈털터리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경제를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10년간 직장 생활하며 번 나의 재산도 그 가치가 낮아지는건 아닐지 조금 걱정도 되었다. 단순히 생업에 종사하여 돈을 버는 것 이외에 경제에 대한 지식을 덧 붙여야 할 거 같다.
인플레이션의 어원은 라틴어 ‘인플라레inflare’로, 크게 ‘부풀어 오르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100조 짐바브웨 달러. 2008년 짐바브웨 정부의 물가상승률은 2억 퍼센트 이상으로 치솟아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당시 300조 짐바브웨 달러는 고작 1달러와 맞먹었다.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은 확실히 흥미롭다. 다른 나라의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는 게 참 좋은 인사이트를 주는 거 같다.
돈은 바퀴와 불에 버금가는 인류의 독창적인 발명품이다. 돈이 없으면 물물교환만 할 수 있을 뿐 저축을 할 수도, 투자를 할 수도, 노후대책을 마련할 수도 없다. 돈이 없으면 분업도 복지도 없다. 우리는 돈 없이 산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지불수단은 휴대하기 편리하면서도 부패하지 않고 작은 단위로 나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돈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돈이 어떻게 탄생하고 인간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지나치게 많은 양의 화폐가 유통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2000년부터 ‘금융위기 발생과 통화 대량 투입’ 주기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통화량 급증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었지만 다음 위기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화폐유통량은 경제 상황을 진단하는 중요한 도구다. 국민 경제의 현 상태와 미래의 투자 가능성을 알고 싶다면 화폐 유통량의 변동 추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화폐유통량이 지나치게 많고 과도한 증가세를 보인다면 경고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통화량 정보는 각국 중앙은행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통화량 부풀리기는 가장 효과적으로 화폐를 붕괴시키고 나라 전체와 국민 경제를 망치는 수단이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1920년대에 바이마르 공화국의 패망을 촉진하고 1930~1940년대에 독일 전역과 전 세계를 전체주의라는 광기로 몰아넣는 데 일조했다고 분석한다. 통화량 급증으로 인해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서 전 세계 부자들이 재산을 날리고 무수히 많은 시민들이 빈털터리가 되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은 모두를 파멸로 몰아넣은 주범이었다.
경제 파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우요크스는 영국에 위조지폐를 대량 유통시켰다.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한 국가에 위조지폐가 범람하면 진폐와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대대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국민은 자국 통화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는 것이다. 현대의 선진국들도 통화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면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를 수밖에 없다.
“레닌은 자본주의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통화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을 이용하면 조용하고 은밀하게 국민이 누려야 할 복지의 일부를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레닌의 주장이 옳다. 한 사회를 전복시키는 데 화폐 체계를 교란시키는 것만큼 주도면밀한 방법은 없다.”
통화가 안정되려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정부가 중앙은행 통제권을 넘겨받았다는 것은 해당 국가에 대한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는 신호다. 예를 들어 크리스티나 키르히너(Kristina Kirchner)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010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를 부채를 탕감하는 데 사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중앙은행장의 거센 반발로 좌절됐다. 이런 국가에 투자하는 것은 고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경제를 화폐 유통량으로 바라보는 게 흥미로웠다. 나라에서 돈을 계속 만들어 찍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한번 상상해보자. 마음씨 착한 대통령이 나와서 돈을 마음껏 찍어서 국민 1인당 20억씩 나눠줬다고 상상해보자. 20억은 모두가 꿈꾸는 로또 당첨금액이지 않은가. 모두의 꿈을 이뤄준 것이다. 그래서 모든 국민의 최저 재산이 20억이 된 것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매일 편의점 알바를 해오던 26세 청년은 이제 나도 세계여행을 가겠다며, 편의점을 바로 때리치고 여행사를 알아봤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여행사 직원들도 20억이 생겼으니 이제 일 안하고 돈 쓰며 살겠다고 직장을 때리친 것이다. 항공사 직원들도, 음식을 팔던 사람들도, 택배기사도, 트럭운전수,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직원들도 이제 꿈의 돈 20억이 생겼으니 일 때리치겠다고 하는 상황.
결국 모두가 20억이란 돈을 붙들고 무언가를 원하지만 아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어떻게 될까?
그런데 인간은 시간이 되면 배가 고프게 된다. 아침, 점심, 저녁 시간이 되면 배가 고프고 밥을 안 먹으면 곧 영양부족으로 쓰러지게 된다. 결국, 음식을 직접 재배해서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음식을 직접 만들어 해먹을것이다. 예전에 마트에서 쉽게 사먹을 수 있었던 계란도 양계장을 운영하던 관계자 외에는 구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서로 돈을 써서 서비스를 받으려고 하는 교착상황에서 조금씩 배고프다라는 상황에 직면함으로써, 사람들의 노동과 돈의 흐름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결국 20억이 모두에게 동시에 주어진다면 20억은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될 거 같다. 결국 돈이란 남들보다 더 가지고 있어야 의미가 있는걸까.
갑자기 모든 사람에게 20억이 생긴다는 황당한 설정으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상상해봤다. 그렇다면, 차례대로 20억이 생기는 건 어떨까? 1주일에 몇명씩 20억이 주어지는 상황. 이것은 로또로 이미 현실화되긴 했다.
모든 사람들이 좋은 음식, 비싼 음식 먹고 싶고, 좋은 서비스 받고 싶고, 깨끗하게 처리된 고급 호텔방에서 고급진 음식과 와인을 먹으면서 살고 싶어 한다. 그렇게 살지 못하는 건 돈이 없어서다.
그래서 다들 열심히 돈 벌며 살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그 좋은 것들은 결국 사람들의 노동과 땀을 재료로 한다. 고급 호텔이 고급지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상시로 노력해야 한다. 좋은 침대가 탄생하기까지의 고민과 노력이 있다.
즉, 예전에는 막연히 20억 정도만 벌면 이제 은행 이자 받으면서 남은 여생을 적당히 즐기면서 살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한번 깊게 생각해볼 문제다. 20억을 벌면 과연 될까? 은행 이자는 계속 2%라도 받을 수 있을까? 결국엔 돈과 얽힌 사회의 수많은 시스템을 같이 고려해 볼 문제다.